한자문화권 몇개국의 언어와 문자사용에 대한 생각.
일단 한자문화권이라고 말하면 과거에 한자를 주요문자로 썼던 나라들인 중국, 한국, 일본, 베트남이다. 그리고 일단 중국이긴 하지만 한동안 분리되었었던 홍콩과 따로 국가를 이루고 있는 대만도 포함하자.
그러면 먼저 한국의 경우 일상생활에서는 한글전용으로 충분하다. 한자를 거의 안 쓴다고 봐도된다. 책이나 문서에서 동음이의어의 구별 또는 뜻의 명시를 위해 가끔 병기를 하는 경우가 있고, 간판 등에서 시각적 환기를 위해 디자인적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있지만 일상과 별로 관계가 없다. 과학, 인문 등 학술서도 전체 한글로 출판된다.
이런 우리나라의 문자사용 입장에서 보면 주변의 중국, 일본은 조금 불편해보인다.
중국의 경우 컴퓨터 스마트폰 보급 이후 젊은층은 고학력자라고 해도 한자를 잘 쓰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한다. (
->ytn 뉴스)
읽는 건 잘하지만 획수를 직접 손으로 적으면서 쓰지못한다는 것이다. 로마자로 된 병음부호로 타자를 치면서 입력하는 게 굳어졌기 때문이다. 그게 아니라고 해도 중국에는 문자이해도가 떨어지는 인구가 많았다.
일본은 중국보다는 낫지만 역시 한자 독해율이 교육수준에 따라 차이가 많이 난다. 일본은 독음이 여러가지인 경우가 많아서 더 불편해 보인다. 훈독, 음독을 어떻게 하느냐가 특별한 기준이 없고 경험상 해왔던 게 굳어져있기 때문에 혼동이 많다. 일본의 경우 어떤 글들은 일본고유 히라가나가 한자어 사이를 접속하는 역할만 하는 걸로 보일 정도로 한자의 지분이 크다.
베트남은 원래 추놈을 사용했는데 이것은 한자를 이용해 베트남어를 표기하는 방법이다. 이제는 알파벳만 사용한다. 약간 변형된 로마자를 이용해 발음만 표기하는 것이다. 어떤 의미로 한글전용인 우리나라와 비슷하기도 하다. 한자유래단어가 많지만 그것의 소리만으로 표기를 다한다는 점에서 같다.
대만은 간체자를 쓰는 대륙의 중국과는 달리 번체자를 쓰고, 홍콩도 아직 번체자를 사용하지만 반환이후로 간체자도 같이 쓴다.
일단 중국어 국가들은 한자전용을 피할 수 없다. 위의 기사처럼 교양인들조차 한자를 손으로는 더듬거리다 제대로 쓰지 못해도 한자의 대안은 없다. 방언이라고 하지만 사실상 다언어국가이기 때문에, 다언어를 소통시키는 표의문자의 장점을 버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대만도 정책상 번체자 또는 정체자를 쓰지만 중국본토와의 소통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대만인들은 실제로는 민남어 사용자들이 대부분인데도 공용어는 북경어라는 것만 봐도 자국내 사정만 고려한 문자변화정책은 일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변화가 있어봤자 현재의 정체자에서 대륙중국에 맞춰 간체자 정책을 쓰게 되는 정도가 가능해 보일 뿐이다.
일본도 달라지기 어려운 것이, 일본은 음절의 수가 너무 적어서 한자어의 경우 동음이의어가 극단적으로 많다. 한자표기가 없이 소리만 적을 경우 뜻을 전달하는데 혼동이 많아서 가나전용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것이 일본만 베트남이나 한국과 달리 한자혼용을 하는 이유다. 베트남어는 발음이 다양한 걸로 보아서 일본보다 한국과 사정이 비슷해 보인다. 한자어음이 베트남어화한 걸 소리만 표기해도 변별이 되는 걸로 보인다. 결국 비중국계 한자문화권 국가들 중 일본만 한자혼용을 쓰고 있다. 그리고 일본은 앞으로도 벗어날 수 없을 걸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