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의 분열과 언어

최근 말레이시아는 민주화 움직임으로 분쟁을 겪고 있다. 말레이계 총리와 정부의 부패에 대해 중국계가 중심이 되어 민주화를 요구하고, 말레이시아 버전 정부지지자들이 거기에 반대하는 시위가 이어졌다. 소위 노란 셔츠 빨간 셔츠 yellow shirts red shirts 의 분쟁이다.

영화 암살. 현지인으로 위장할 수 있을 정도의 중국어 일본어 구사능력에 대해

영화 암살을 보면 주인공들은 일본어도 능하고 중국어도 능해서 위기의 상황에 일본인인 척하거나 중국인인 척 한다. 물론 배우들이 그 정도로 완벽하게 잘하는 건 아니다. 그러나 그건 단시간에 어쩔 수 없는 점이다.


그럼 배우가 아닌, 극중 인물들이 아주 유창하다고 설정된 것은 타당한가 생각해봤다. 한국인 주인공들이 그 시대에 중국어 일본어를 그나라 사람처럼 잘하는 설정이 가능했을까 이걸 생각해봤다.


일단 1933년은 해방이 영원히 없을 거라고 믿고 많은 사람들이 변절할 정도로 일본식민화가 고착화된 시기다. 이때 젊은 사람들은 학교교육 전부를 일본어로 받은 세대다. 당연히 모두 일본어는 능숙할 것이다. 그러나 진짜 완벽한 네이티브와는 차이가 있었을 것이다. 시청각교재가 있던 것도 아니고 일본인 교사들에 의존했을테니까.

그러나 마찬가지로, 일본인들도 시청각교재나 방언에 대한 지식이 현재같지는 않았을 수 밖에 없다. 약간 다른 일본어를 구사해도 그게 어느 지방 출신인지 일일이 다 알 수 없다는 얘기다.

따라서 전지현 극중 안옥윤의 일본어는 표준일본어와 달라도 일본인으로 보이는데는 지장이 없었을 것이다. 당시 상황을 미뤄보면 만주, 한반도 어디에 거주하는 한국인이든 교육을 받았다면 일본어는 누구나 다 할 수 있었다. 따라서 일본어를 잘하는 건 당연하다. 그러나, 미츠코 행세를 할 때 약혼자가 알아보지 못할 만큼 완벽한 동경식 일본어를 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여기가  불완전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 하정우 즉 극중 하와이 피스톨의 일본어. 하와이 피스톨은 일본 군인처럼 위장하고 그게 일본인들에게도 잘 통했다. 이것도 가능해보인다. 하와이피스톨은 식민지시대 고위층 자제출신이며 당시의 관습에 따르면 분명히 유학경험이 있을 것이다. 일본에서 교육받은 고위층 자체가 일본인과 구분되지 않는 일본어를 한다는 것은 이상할 것이 없다. 지금도 일본에서 유학하는 한국인들은 말투 발음까지 현지인이 구분 못할 정도로 일본어를 잘하는 경우가 흔하다.  따라서 하와이 피스톨이 군인인 카와구치도 못알아볼 정도로 완벽한 일본어 구사가 가능한 설정은 문제가 없다.


다음 중국어의 경우.
역시 실제 전지현 하정우의 발음과 상관없이 스토리 설정상 중국어를 현지인과 구분못할 정도 잘할 수 있나 생각해보자.
하정우와 전지현 그러니까 하와이 피스톨과 안옥윤은 상하이의 프랑스 조계지에서 프랑스인 앞에서 중국인으로 위장했다. 프랑스인이라서 모르고 넘어간 건 아니다. 이 프랑스 경찰인지 군인은 중국인 통역을 데리고 와서 프랑스어로 신분증 검사를 요구한 뒤 중국인 통역이 같은 말을 반복하게 했었다. 따라서 중국인 귀에 중국인으로 보일 정도는 되었다는 것이다.


안옥윤은 만주에서 자랐기 때문에, 중국어를 현지인처럼 구사한다는 설정은 이상하지 않다. 만주는 북경어를 쓴다. 그러나 상해는 오 방언을 쓴다. 안옥윤은 상해인 같아 보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당시 상해는 번성한 도시였고 다른 지역에서 온 중국인들이 많았을 것이기 때문에 북경어를 쓰는 중국인이 이상할 것은 없다.

그러나 하와이 피스톨은 증국에서 자란 인물은 아니다. 아마 발음이 조금 이상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중국은 방언이 엄청나게 많다. 중국인들끼리도 말이 통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타방언 사용자가 억지로 보통화나 상해방언을 쓰든 외국인이 억지로 보통화나 상해방언을 쓰든 발음이 이상한 건 마찬가지다. 외국인 억양이 있어도 그게 어느 벽지 방언의 영향인지 분별하기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하와이 피스톨이 10년이상 중국에서 활동하면서 중국어 유창성을 어느정도 획득했다면, 외지출신 중국인으로 보일 수 있다.  발음이 이상해도 짧은 대화 정도로는 들키지 않는 설정이 가능해 보인다.


결론 안옥윤이 미츠코의 일본어를 완벽하게 재현해 일본인 약혼자 가와구치를 속이는 건 무리가 있다. 영화의 다른 부분은 일본인 또는 중국인으로 위장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