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말레이어는 장점이있다.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일대에서 상업용 언어로 널리 쓰였다는 이유, 문법이 단순하다는 이유로 더 많은 토착 사용자를 가졌던 자바어를 제치고 인도네시아의 공용어가 되었다. 다시 말해 공용어가 되기 좋은 조건을 처음부터 갖고 있었다.
그러나 동남아시아 일대에서 말레이어가 다시 더 확산될 수 있느냐? 그걸 생각해보면 그건 또 아닌 것 같다.
일단 학술적 이유나 경제적 이유로 다른 언어를 쓰는 사람들이 말레이어 문헌을 이해해야할 필요성이 있어야 수요가 생기는데, 그런 관점의 필요성은 크지 않기 때문이다.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에서 학술적 목적으로는 영어를 주로 쓴다. 이미 교육수준이 높은 말레이어 사용자 본인들조차 영어를 광범위하게 사용하고 있는데 그 외의 국가들이 학술적 경제적 목적으로 말레이어를 익힐 이유가 없다.
근처의 동남아 국가들 중 말레이어를 쓰지 않는 나라들은 태국, 캄보디아, 베트남, 필리핀, 이 정도고 좀더 멀리 반도 깊숙히 들어가면 바다에 접하지 않은 라오스, 서쪽에 치우친 미얀마까지 꼽을 수 있다. 여기서 그나마 말레이어와 유사한 언어를 쓰는 나라는 타갈로그를 쓰는 필리핀이다. 그런데 필리핀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보다 영어가 더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나라다.
솔직히 말레이어가 동남아에서 지금보다 더 크게 세력을 확장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일단 동남아에서 경제적으로 비중이 큰 태국은 자국어 세력이 충분하며 필리핀처럼 영어에 위협받지도 않고 있다. 인도네시아처럼 방언차이가 커서 공용어가 애매하지도 않다. 다음 인구가 크고 성장성 높은 베트남도 베트남어가 전국에 통용되며 태국과 마찬가지로 굳건하다. 특별히 말레이어 사용자들이 확산될 것 같지는 않다.
다만 외국어로서 말레이어의 위상이 지금보다는 조금 높아질 것 같다. 인구가 많고 장기적으로 동남아 경제가 지속적 성장할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 같은 큰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말레이어 학습 수요는 지금보다 커질 것 같다.